성수동 바 요캇타네에서 기분 좋게 마신 술
₩116,000
거의 종일 쌍둥이 육아 중인 관계로 한동안은 제 집보다 자주 다녔던 바를 멀리 하고 요즘은 보통 육퇴 후 편의점에서 네 캔에 만 원하는 하이네켄 마십니다. 보통은 만이천 원 하지만 제가 사는 동네에 만 원에 파는 곳이 있어서요.
그러다 오랜만에 나이트 아웃을 감행합니다. 저와는 전직장의 동료이자 술친구로 오래도록 형 동생 하며 지낸 이가 성수동에서 바를 운영하고 있는데 정말 너무 잘 돼서 분점을 냈거든요. 이 마저도 개업 후 한참이 지난 오늘에서야 겨우 다녀왔습니다.
뚝섬역 7번 출구 근처에 자리한 바 ‘요캇타네(よかったね)’ 입니다.
‘요캇타네’는 일본 말이고, 우리 말로 풀이하자면 ‘다행이네!’입니다. LP로 음악을 틀고 위스키를 위주로 칵테일과 그 밖의 술들을 파는 바입니다. 좋은 음악 좋은 소리로 들으며 좋은 술 한 잔 마실 수 있는 인생이라면 그야말로 다행이죠.
제가 방문한 날은 성수동 일대의 바들이 연합하여 ‘GOAT성수’라는 행사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빙고 종이를 들고 와서 도장을 받아가거나 한 줄 다 채웠다며 선물을 받아가더군요. 이제 나이 먹을 만큼 먹은 저는 그런 이벤트에 도전할 정도의 열정 같은 건 없으니 그냥 조용히 이곳에서만 술을 마시기로 합니다.

우편 엽서에 인쇄된 QR 코드로 들어간 노션으로 만든 메뉴를 찬찬히 살펴보고 첫 잔은 이곳 ‘요캇타네’ 사장님이 창작한 칵테일을 마셔보기로 했습니다. 그저 친한 동생이었는데 어느새 바의 주인이 되어 이런 걸 하고 있네요. 이게 참 격세지감이잖아요? ‘청춘(세이슈)’라는 이름의 칵테일을 주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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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프랑스 위스키라는 설명에 흥미를 느껴 ‘로즐리외르 본로마네’를 한 잔 마셨습니다. 처음 경험하는 술이고 앞으로 마셔볼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아 니트잔에 따르고 온더락 서브를 함께 부탁했어요. 주로 와인을 제조하는 회사의 위스키라 부드럽고 달달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끝으로 전해지는 풍미가 제법 훌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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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마트 갈 때마다 고민하던 ‘주라(JURA)’를 마셔봤습니다. 이 역시 앞으로 마셔볼 기회가 많을 것 같지는 않아서 엔트리보다는 ‘18년’ 숙성 버전을 골랐습니다. 입안에 감도는 느낌은 좋은데 제게는 꼭, 반드시 가지고 싶은 술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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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 마시니 오랜만에 만나는 형이니까 서비스라며 에비수 생맥주 한 잔을 내주시네요. 개인적으로는 위스키 체이서로 맥주 마시기를 경계하는 편입니다. 이렇게 마시면 저는 반드시 취하고 말아서요. 하지만 공짜면 마셔야죠. 술은 취하라고 마시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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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수 생맥주는 예전에 내자동 ‘슬로우핸드’라는 바 다닐 때 많이 마셨습니다만, 그밖의 자리에선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보니 반갑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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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떡갈나무 일종인 ‘미즈나라’ 통에 숙성했다는, 그래서 맑고 청량한 느낌을 준다는 ‘카이요 시그니처’도 한 잔 마셔봤습니다. 확실히 술의 빛깔부터 맑습니다. 하지만 술은 술이죠. 술의 맛을 표현할 때의 ‘청량하다’가 무얼 말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만 그 느낌보다는 ‘가볍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앞서 마신 술들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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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마시니 확실히 취기가 올라와 마지막 잔으로 무엇이 좋을지를 고민했습니다. 마지막 잔이라는 소리는 안 하고 사장님과 ‘시그나토리 벤네비스’와 ‘에드라두어 12년 CS’ 중 무엇이 더 나을지 이야기 나눴는데 결국 ‘시그나토리 벤네비스’를 주문했었습니다. 그런데 정신 없이 바쁜 사장님이 ‘에드라두어 12년 CS’를 내주시더라고요. 하지만 늘 그렇듯 ‘이것이 나의 운명이구나!’ 하고 그냥 마시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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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세컨대 ‘에드라두어 12년 CS’를 마시고는 집으로 가야겠다 생각했는데, 첫 모금을 삼킬 때쯤 사장님이 원래 주문했던 ‘시그나토리 벤네비스 9년’을 주셨습니다. 역시 배우신분. 오래 본 동생이지만 큰 절 올릴 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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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에 없던 한 잔을 더 마시며 그러거나 말거나 내일도 이어질 쌍둥이 육아와 나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며 뇌를 태우던 중 허기를 느껴 떡볶이까지 시켰습니다. 떡볶이는 맵찔이들에게는 어려울 것 같아요. 적당히 맵고 적당히 달아요. 저는 식사할 때 청양초를 곁들여 먹는 식성이라 별 문제없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원래 그런 곳인지, 아니면 제가 찾은 날만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캇타네’는 LP를 한 번 올리면 그 앨범을 쭉 틀더라고요. 이날은 DJ소울스케이프의 ‘명반’ <180g Beats>를 걸었는데 고등학교 다닐 때 친구가 가지고 있던 CD로 들어보고 근 25년 만에 다시 들어봤습니다. 그리고 앨범으로 감상하니까 그만큼이나 오래되어 제 기억 속에서 사라졌던 이름, 다크루(Da Crew)의 음성도 들을 수 있었어요. 리퀘스트 따라서 이 음악 저 음악 맥락 없이 감상해야 하는 그런 곳은 아니어서 제 개인 취향에는 너무 잘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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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래 봐서 잘 알기에… 여기 사장님 음악 취향 괜찮거든요. 특히나 재즈 쪽으로 이것저것 많이 들으신 분이라 가서 음악 이야기 나눠보셔도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운드 쪽으로 관심 많으신 분들은 턴테이블을 등지고 앉는 쪽 바 자리를 차지하시면 좋습니다.
마지막응로 ‘요캇타네’의 보다 자세한 정보(?)라고 할 수 있는 메뉴를 공유해드립니다. 바에서 다루는 음악과 술과 음식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와 사장님의 성향에 대해서도 알아보실 수 있을 거예요.
https://defiant-rain-579.notion.site/24c8646ca4ee8068b1def8019e8d0e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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