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샤커피 밀라노모닝 드립백 12팩
₩42,000
(하지만 난 선물로 받아서 공ㅋ짜ㅋ)

처음 이걸 받았을 때만 해도 무엇인 줄 몰랐다. 그래, 상자에 써 있으니 커피인 줄은 알았다만, 상표인 ‘BACHA’부터 내게는 낯설었다. 어떻게 읽어야 하는 걸까? 또, 누가 봐도 화려한 포장은 내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쪽이었다. 그리고 나는 누가 만들어주는 커피를 그 값을 치르고 마시거나 그렇지 않으면 머그에 가루와 뜨거운 물을 부으면 완성되는 커피를 마신다. 캡슐 커피도, 드립백 타입도 내게는 그저 거추장스럽다. 그런데 이건 드립백이라 한다. 드립백을 머그에 걸고 넘치지 않도록 주의하며 따뜻한 물을 붓고 기다려야 한다. 처음 한 번 이후엔 싱크대 찬장 저 안으로 들어가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상자를 열고 소포장을 뜯는 순간 기분도 기운도 확 바뀌었다. 이건 너무 좋았다.
그러니까 드립백을 오픈하는 순간 풍성하게 올라오는 향기가 정말 좋았다. 커피 향기가 이리도 달콤할 수 있을까? 초콜릿 향기와 진한 커피 향기의 레이어가 서로 휘감듯 교차하며 내 코를 자극했다. 커피 안 마시고 이 향기만 맡고 있으라 하더라도 그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제서야 이것저것 알아보기 시작한다. 일단 그 이름부터.
바샤커피. TWG를 만든 이가 만든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로 우리나라에는 롯데백화점이 수입한다고. 그래서 청담 플래그십을 제외하면 롯데백화점 본점이나 월드타워점 같은 곳에서 만날 수 있다. ‘1910 마라케시’ 같은 힌트는 그저 ‘마케팅용’인데, 실제로 1910년에 설립된 브랜드도 아니고 마라케시와 상관도 없다. 레퍼런스가 모로코 마라케시에 있던 유서 깊은 커피하우스 ‘다르 엘 바샤 팰리스’ 였다고. 그렇지만 이래저래 브랜딩은 성공적이라 지금은 ‘커피계의 에르메스’라고 불린다. 그건 좀 더 겪어봐야 체감할 수 있을 듯하다만…

이것저것 알아보던 중에 실제 매장에서 테이크아웃을 주문하면 꽤 특별한 패키지로 주는데, 이게 궁금해서 매장에 방문해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이런 건 대단히 중요한 건 아니다.

향기엔 정말 신비로운 힘이 있다. 씹어 삼켜 몸 안에 양분을 쌓는 것도 아닌데, 그저 후각세포를 자극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전환시키고 기운이 나게 한다. 다만 지금껏 내게 이런 경험을 준 향기란 주로 향수가 뿜어내는 향기였는데, 커피로 이런 경험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별했다. 커피향에서 이런 기분과 묘한 기운을 느껴본 적이 처음이었다.

롯데백화점이 이런 기특한 일도 하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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