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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소비

커피 좋고, 깔끔하고, 친절하고

별내 카페거리 <리스페셜커피> 아이스아메리카노

₩5,000

 

마음을 다친 날. 남들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제게는 오히려 그 다음의 날들이 어렵더라고요. 날카로운 것에 살갗을 베었을 때 그 당장은 아픈 줄도 모르고 넘겼다가 한참 지난 후에 쓰라림을 느끼는 것과 비슷하지 싶습니다.

 

오늘이 바로 ‘그 다음의 날들’ 중 두 번째 날인데 왜 꼭 그런지는 몰라도 기분전환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충 ‘드라이브 정도가 좋겠다’라 생각하고 주차장에 세워둔 차로 터벅터벅 걸어가 시동을 건 다음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할 때까지 고민을 했어요. 어디로 갈까? 이런다고 기분전환이 되기나 할까? 이런 생각들을 머릿속 저 편으로 흘리며 그래도 늘상 시간을 보내는 곳보다는 낫겠지 했습니다.

 

이곳은 남양주 ‘별내카페거리’에 자리한 <리스페셜커피>라는 이름의 로스터리 카페입니다. 어렴풋한 제 기억으로는 올해 여름이 시작될 즈음 오픈했던 것 같아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다음 하루 세 시간 정도 제게 주어지는 자유시간 동안 이 거리 곳곳의 카페를 다녀봤는데 저에겐 이곳이 가장 만족스러웠습니다.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야 여럿 꼽을 수 있죠. 일단 커피가 맛있어요. 요즘 어느 카페를 가도 ‘산미가 있는 것’과 ‘고소하고 묵직한 느낌’으로 원두를 구분하여 주문하게 하는데, ‘고소하고 묵직한 느낌’의 원두로 내주시는 아메리카노가 제 기준에서는 상당히 밸런스가 좋습니다. 그리고 한때 거의 매일 방문하다시피 하던 그 시절에 매일 드립커피를 한 잔씩 마셔봤는데 그 또한 감이 좋았습니다.

바 뒷편으로 살짝 보이는 두 분이 이곳의 사장님이십니다.

 

 

또 하나는 깔끔합니다. 서울 근교 카페를 평일에 가보면 청소가 제대로 된 곳을 보기가 어려워요. 멀리서 보면 상당히 화려하여 눈에 띄는데 가까이 가서 보면 거미줄에 먼지에 오래 머물기 어렵다고 생각하게 하는 디테일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곳은 지금 슬쩍 구석구석을 살펴보아도 크게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이유, 주인이 정말 친절하십니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부터 이 동네 카페 주인이나 종업원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던 점인데, 오늘도 “왜 이렇게 오랜만에 오셨어요!” 하시며 환한 미소로 환대해주셨습니다. 얼어붙었던 제 마음이 여기서 녹아내렸죠.

 

‘긁’이라는 표현이 유행하는 시절이라는 게 참 씁쓸한데, 그 덕분에 만감이 머릿속에서 교차합니다. 알게 또 모르게, 혹은 대놓고 긁혀버린 까닭에 최근엔 일상을 반쯤은 자포자기의 상태로 흘려보냈던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나는 또 누군가를 긁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크게 떳떳하지는 않은 것 같네요.

로스터리 카페답게 별도의 룸과 시설이 갖춰져 있고 다양한 원두도, 여러 인증과 상패 같은 것들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사장님의 환한 인사가 제 눈에 더 반짝였던 것 같습니다. 평소 가까이 해야 할 사람들에게서 긁힌 상처를 먼 사람에 의해 다독인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우습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30분 차를 몰아 이곳을 찾은 보람이 있네요.

 

오늘 만큼은 글 쓰기 같은 거 하지 말고 생각을 했던 제게 또 다시 노트북을 펼치게 만들어주실 정도로요. 요 몇 자 끄적이는 동안 먼저 시켜놓은 커피를 다 마셔버려서, 다시 한 잔 더 시켜야겠습니다.

심볼도 꽤 멋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