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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소비

오랜만에 노래방. 처음으로 혼자 코인 노래방.

사가정역 와썹코인노래연습장에서 노래 여섯 곡

₩3,000

 

<우리들의 발라드> 정지웅님이 노래하는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유튜브 캡쳐 이미지, ⓒSM C&C STUDIO)

 

 

며칠 전 <우리들의 발라드>라는 경연 프로그램을 보는데 어느 참가자가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을 부르는 걸 봤습니다. 그 순간 ‘아, 이런 노래가 있었지!’ 했고, 밤늦게 달 보러 나가서 담배 한 대 피우던 중에 애플뮤직에서 노래를 내려 받아 여러 번 이어 들었어요.

 

앨범 커버도 강아지를 안은 모습이잖아요?

 

아시는 분들은 저보다 더 잘 아시겠지만 이 노래 가사가 정말 가슴을 파고들잖아요? 한 번 만난 적도 없는 이적이라는 가수에게 제가 대단히 큰 잘못을 한 듯한 느낌… 아티스트 스스로는 놀이공원에 버려진 아이의 얼굴을 떠올리며 곡을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연인, 부모, 반려동물 등 다양한 관계의 상실을 표현할 수 있다고 하지요. (강아지를 키우는 탓인지는 몰라도 저는 어쩐지 주인에게 버림받은 강아지가 이 노래를 부르는 상상을 많이 합니다.)

 

그날 밤 이후 이 노래가 제 머릿속을 자꾸만 맴돌았어요. 하루에 한 번씩은 찾아서 듣고, 그러다 조금씩 따라 불러보게도 되더라고요.

 

그러던 중 어젯밤엔 ‘노래방에서 불러보자!’ 라고 생각했습니다. 노래에 소질이 있는 건 아니지만 노래하기를 좋아하는 데다가, 또 노래방 가본지가 오래된 것 같아서 그리 생각한 모양입니다. 전 같으면 아주 가까운 친구를 만나 맥주 한 잔 마시고 갔을 텐데, 요즘은 주로 혼자 나다니기에 코인노래방이 적당하겠다 생각했지요. 그래서 지도 앱을 켜고 주변의 코인노래방을 검색해봤더니, 그냥 동네 다닐 땐 몰랐던 곳에 꽤 있더라고요.

 

코인노래방에 혼자서 가본 건 처음입니다. 부끄러움이 많은 편인데, 한가한 시간에 문을 닫고 노래를 부른다 한들 그 소리를 밖에서도 들을 수 있잖아요. 제가 입은 옷에 대해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노래방 역시 내 ‘삑사리’에 무신경할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또 한편으론 노래방 복도에서 들리던 옆방 노랫소리에 친구랑 피식 웃었던 기억들도 있어 민망한 상황을 자초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모종의 자신감 같은 게 있었어요. 어떤 노래는 원키로, 또 어떤 노래는 한두 키를 낮춰서 이적의 노래를 종종 부르는데 어딘가 모르게 저랑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해왔거든요.

 

하지만 첫 소절부터 음을 잘못 잡아버려 오락가락 하다가 그냥 망했습니다. 저 혼자 앉아 있는 방이었는데 왜 그리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리던지..

 

너무 오랜만에 노래라는 걸 불러서 감을 못 잡는 걸까 싶어서 오백원 하나를 더 넣고 이번엔 김동률의 ‘산책’을 부릅니다. 이 역시 결과는 보기 좋게 망 ㅋㅋ.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렵더라고요.

 

찐블로거는 아닌지,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김동률 노래를 부르며 이 사진 한 장을 찍었습니다...

 

‘내가 이 정도는 아닌데!!!’ 하면서 이번엔 이적의 ‘Rain’을 두 키 낮춰서 불러봤습니다. 이것도 오늘은 잘 안 됩니다. 이쯤에서 슬퍼지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감을 잃어버리다니!

 

잘 생각해보니 뭔가 섬세하게 표현해야 하는 건 안 되는 거 같아서 이번엔 창고의 ‘강릉으로 가는 차표 한 장을 살게’를 불러봅니다. 이건 좀 편하네요. 이건 가수가 워낙 내지르며 투박하게 부른 노래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평소 제가 아주 좋아하는 스톤템플파일럿츠(Stone Temple Pilots)의 ‘인터스테이트러브송(Interstate Love Song)’을 부르고 나왔습니다. 저도 노래할 때 굵고 거친 목소리 나오면 좋겠습니다.

 

연달아 노래를 부르며 땀을 흘리는 줄은 알았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셔츠 안에 받쳐 입은 하얀색 티셔츠가 땀으로 흥건히 젖어버렸더라고요. 누가 본다고, 대충 부르면 될 것을 뭐 그리 애를 썼는지.

 

하지만 3천원어치 노래를 부르는 사이, 최근의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어서 이 부분만큼은 솔직히 좋았습니다. 마침 바깥엔 바람이 살랑 부는 날씨라 땀도 식고 이내 기분이 좋아졌어요.

 

그런데 노래를 정말 잘 했더라면 어땠을까요? 조금 더 후련하지 않았을까요? 거침없이 시원하게 노래하는 저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간혹 유튜브나 SNS에서 접했던 노래 엄청 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려보며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제가 방문한 코인노래방은 서울 지하철 7호선 사가정역 1번 출구와 가까운 <와썹코인노래방>입니다. 일반 노래방도 겸하고 있는 곳이었는데 코인노래방 룸 수도 많아서 제가 들어간 방 번호가 32번인가 그랬어요. 방이 너무 많아서 놀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