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대신 나쁘지 않은 닭

잡지사 에디터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커피가 확 늘었습니다. 미팅도 많고 야근도 많았죠. 그때는 정신을 부여잡기 위해 커피의 힘에 참 많이 기댔던 것 같아요. (정신을 놓아도 될 시점부터는 술) 지금도 일할 때 커피가 없으면 어쩐지 심란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오늘도 어김없이 업무 개시시점에 맞춰 노트북을 챙기고 카페로 일하러 왔어요.

저는 서울 중랑구 면목본동에 사는데 이곳의 커피 맛집으로 저는 녹색병원 옆에 자리한 <카페 이포크>와 면목역 근처의 <플럿> 정도(하지만 멀어서 잘 안감)를 꼽습니다. 최근엔 <카페 이포크>를 휴무일인 수요일을 제외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찾았어요. 그래서 “왜 이렇게 자주 오세요?”라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그 이유, 제가 생각하는 <카페 이포크>의 장점은 이렇습니다.

1. 커피가 맛있습니다. 제 취향이라고 하는 게 맞겠네요. 좀 묵직한데 맑은 느낌이랄까? 커피맛 표현은 너무 어렵습니다.
2. 디저트가 맛있습니다. 어쩌다 배고플 때 주저 없이 시킬 수 있습니다. 이건 비단 저만의 취향만은 아니라 다른 손님들도 많이 구매하십니다.
3. 사장님이 되게 친절하십니다. 자본주의 친절만이 아니라 사람 자체가… 웃는 모습이 선한 젊은 남자 사장님이신데, 모종의 팬덤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4. 강아지를 데려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장님이 강아지에게도 친절하십니다. 제 강아지는 갈 때마다 얼음물 서브를 받습니다.
제가 꼽는 유일한 단점은 노후한 화장실인데, 이건 건물 자체가 노후한 까닭도 있고 제게 중차대한 사안은 아니라…
그런데 이번 한 주는 통으로 쉬어요. 평소 책이랑 여행이랑 사진촬영을 무척 좋아한다는 점을 카페 인테리어로 대놓고 표현을 해오셨는데, 여름휴가로 해외여행을 간다고 하시더라고요. 아마도 사진 잔뜩, 독서 잔뜩 해오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찾은 다른 카페, 오늘은 성수동 힙스터 감성이 좀 녹아 있는 <아인플라츠>로 왔습니다. 오래된 가정집을 개조하여 인테리어를 한 곳인데 곳곳의 디테일에 신경을 꽤 쓴 것 같습니다. 듣기론 다른 지역에도 있다고 했던 거 같은데, 대단히, 아주, 커다란 애착을 갖고 있는 곳은 아니라 안 찾아봤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이곳의 좋은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커피가 맛있습니다. 제 기준에서는 아아아아아아주 조금 싱겁긴 합니다만 특별히 흠잡을 데는 없고요. 전형적인 라마르조코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뽑아낸 에스프레소의 느낌…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근데 아아아아아아주 조금 연해요. 그 농묵의 차이로 제 마음 속 커피 맛집 리스트에선 후순위에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2. 테이블이 널찍합니다. 그래서 뭔가 펼쳐놓고 일하기 좋아요.
3. 디저트가 맛있습니다. 언젠가 몇 가지 사서 집에서 먹은 적이 있는데 괜찮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만 이런 건 아닌 것 같고 지도 어플에 남겨진 이곳의 후기를 보면 평가가 괜찮습니다.
대단히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1. 집에서 좀 멀어요. 큰 길도 건너야 하고 제가 주로 찾는 낮 시간은 햇볕을 그대로 맞으면서 가야 하는데 올해 여름은 정말 고역이었습니다.
2.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곳인데 2층에 자리한 화장실로 가자면 계단을 오르는 수고를 치러야 합니다.
3. 이것 말고도 뭔가 묘하게 불편한 지점들이 있습니다. 일단 콘센트를 제공하지 않고요(저는 연결선 들고 다니기를 귀찮게 여기는 편이라 배터리가 허락하는 만큼 일하고 오는 쪽입니다만 언젠가 한 번 아쉬운 적이 있긴 했습니다..), 그리고 ㅋㅋㅋ 화장실 변기에 앉으면 큰 볼일은 삼가라는 안내문이 있습니다. 맹세컨대 한 번도 그런 큰 일을 이곳 화장실에서 해결하고자 도모한 적은 없는데, 오래된 건물의 배수관계가 아무리 그렇다 해도 어딘가 마음을 불편하게 했어요.

그래도 오늘은 이곳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마시며 꽤 수월하게 일했습니다. 근처 교회에서 오신 듯한 어르신 단체 손님이 잠깐 계실 때 제외하곤 크게 소란스러운 일이 없었고요, 잠깐 업무 중 열 올릴 상황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시원한 아이스 커피로 잘 눌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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